명품 플랫폼 발란, 회생절차 돌입: 위기와 전망
발란의 회생절차 개시 배경
국내 대표 명품 온라인 플랫폼 '발란'이 결국 기업 회생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서울회생법원 회생15부(재판장 김윤선 부장판사)는 2025년 4월 4일, 발란의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습니다. 이는 발란이 지난 3월 31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지 불과 나흘 만에 이루어진 결정입니다.
법원은 발란의 회생절차 개시 결정 배경으로 여러 요인을 제시했습니다. 우선 "전자상거래 플랫폼 사업의 초기 성장에 필요한 마케팅 비용 및 고정비 지출로 영업적자가 누적되어 왔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티몬·위메프 사태로 인한 전자상거래 플랫폼 산업 전반에 대한 신뢰도 하락 등으로 거래규모가 축소되고 매출급감이 이어졌다"는 점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더불어 발란은 "대규모 투자유치를 통해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려 했으나 당초 기대했던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지 못하게 됐다"는 점도 회생절차 개시의 이유로 언급되었습니다. 최형록 발란 대표는 "올해 1분기 내 계획한 투자 유치를 일부 진행했으나 예상과 달리 추가 자금 확보가 지연돼 단기적인 유동성 경색에 빠지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발란의 성장과 위기
발란은 2015년 5월 설립된 2세대 명품 유통 플랫폼으로, 한때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던 기업입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는 오프라인 쇼핑이 위축되면서 온라인 명품 플랫폼으로서 큰 성장을 이루었고, 기업 가치가 3200억원까지 평가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엔데믹 전환과 경기침체로 명품시장이 위축되면서 발란은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발란의 2020년부터 2023년까지의 누적 영업손실액은 724억원에 달하며, 2023년 말 기준 자본총계는 -77억3000만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회생절차의 진행 과정
법원은 이번 회생절차 개시 결정에서 별도의 관리인을 선임하지 않는 '관리인불선임'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최형록 발란 대표이사가 관리인으로 간주되어 현 임원진이 회생 절차 중에도 회사 경영을 계속 맡게 됩니다. 다만 향후 경영진에 위법 사항이 드러날 경우 교체될 수 있습니다.
발란은 오는 4월 18일까지 채권자 목록을 작성해 제출해야 합니다. 채권자들은 5월 9일까지 법원에 채권자 신고를 해야 하며, 회사가 작성한 채권자 목록에 포함된 경우에는 별도의 채권자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채권 조사 기한은 5월 23일까지입니다.
회사의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 등을 평가할 조사위원으로는 태성회계법인이 선정되었으며, 조사 보고서는 6월 5일까지 제출해야 합니다. 조사보고서에는 회생절차에 이르게 된 사정, 재산가액 평가, 사업을 계속할 때의 가치와 사업을 청산할 때의 가치 평가 등을 조사한 내용이 담기게 됩니다.
최종적으로 발란은 6월 27일까지 회생계획안을 제출해야 하며, 법원은 이를 검토한 후 회생 인가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만약 법원이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다면 발란은 파산하게 됩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업계의 위기와 시사점
발란의 회생절차 돌입은 최근 국내 전자상거래 플랫폼 업계가 겪고 있는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티몬과 위메프 사태 등으로 인해 전자상거래 플랫폼 산업 전반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가 하락했고, 이는 거래 규모 축소와 매출 급감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명품 플랫폼의 경우, 초기 성장을 위한 마케팅 비용과 고정비 지출이 큰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발란의 사례는 급격한 성장 이후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을 확립하지 못할 경우 기업이 얼마나 빠르게 위기에 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향후 전망
발란의 회생 가능성은 앞으로 제출될 회생계획안과 법원의 판단에 달려 있습니다. 명품 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여전히 높지만, 경기 침체와 소비 심리 위축, 그리고 플랫폼에 대한 신뢰도 하락이라는 삼중고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발란이 회생에 성공한다면, 이는 유사한 위기에 처한 다른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에게도 중요한 사례가 될 것입니다. 반면, 회생에 실패할 경우 국내 명품 플랫폼 시장의 재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신뢰를 회복하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발란이 당면한 가장 큰 과제일 것입니다. 앞으로의 회생 과정을 통해 발란이 어떤 변화와 혁신을 이루어낼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