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구제역 발생, 청정지역의 위기와 방역 총력전
대한민국 전라남도에서 처음으로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방역당국이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2000년부터 2023년까지 13개 시도에서 435건의 구제역이 발생했지만, 전남에서는 처음 발생한 이번 사태는 청정지역으로 불리던 전남의 축산업에 큰 위기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구제역 발생 현황과 확산 추이
지난 3월 13일 영암군의 한 한우 농가에서 처음 구제역이 확진된 이후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습니다. 첫 발생 농가에서는 소 4마리가 구제역으로 확진돼 184마리가 살처분되었습니다. 이어서 14일에는 영암군 내 다른 농장 3곳에서 소 62마리가 추가로 확진되어 살처분되었고, 15일에는 무안군의 한 농가에서도 3마리가 확진되어 전체 88마리가 살처분되었습니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최초 발생지인 영암의 방역대(3km)에서 18km나 떨어진 무안에서도 구제역이 확인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방역망을 뚫고 구제역이 확산되고 있음을 의미하며, 전남 전역으로의 확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현재 구제역 발생 농가 3km 이내에는 345곳에서 소, 돼지, 염소 등 우제류 6만 2000마리가 사육되고 있어 확산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방역당국의 대응 조치
전남도는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다양한 방역 조치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우선 영암, 무안, 나주, 화순 등 전남 10개 시군의 구제역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했습니다. 또한 무안군과 인접한 함평군, 신안군에 대해서도 위기관리 단계를 '주의'에서 '심각' 단계로 추가 상향 조정했습니다.
백신 접종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영암군 3km 내 방역지역은 접종을 완료했으며, 무안 한우농장 3km 이내 3만3천두의 접종률은 85%로, 3월 16일까지 모두 완료할 계획입니다. 영암과 나주 등 10km 이내 위험지역의 40만8천두는 15일 현재 71%의 접종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전남도는 19일까지 7개 시군에서 사육 중인 소, 돼지, 염소, 사슴 등 전체 우제류 115만7천두에 대해 백신 접종을 마칠 예정입니다.
또한 3월 16일 10시부터 3월 17일 22시까지 36시간 동안 전남 우제류 사육 농장과 축산시설, 축산차량에 대한 일시이동중지(Standstill) 명령을 발령했습니다. 이와 함께 확산 방지를 위해 전체 가축시장 15개소를 14일부터 잠정 폐쇄하는 조치도 취했습니다.
김영록 전남지사의 지시사항
김영록 전남지사는 도-시군 구제역 확산 방지 긴급 방역대책 점검 영상회의를 통해 "우제류는 덩치가 커 훨씬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며 "대처 매뉴얼을 잘 숙지해 관리하는 등 비상한 각오로 대처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특히 "농장 단위 분뇨·사료 등 축산차량 통제 및 거점 소독시설 통과 여부 확인, 외부인 출입 통제, 소독 철저, 축산인 간 모임 금지를 비롯한 방역·소독 원칙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농가에 알려 잘 지키도록 하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구제역 발생 농가 인근 농가에 대한 예찰 활동을 강화하고, 의심 증상이 있으면 즉시 신고하도록 하라"며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해 모든 행정력을 집중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구제역 발생의 원인과 특징
이번 구제역 발생의 원인으로는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영암군 첫 발생 농가의 구제역 바이러스가 지난 1월 충북 진천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와 유전자가 99.8% 일치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충북 진천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전남으로 확산됐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특히 이번 구제역은 백신 접종에도 불구하고 발생했다는 점이 주목됩니다. 영암 첫 발생 농가는 지난해 10월 백신을 접종했으며, 무안 발생 농가도 지난해 11월 백신을 접종했습니다. 이는 백신 효과가 6개월 정도라는 점을 고려할 때 백신 효과가 떨어지는 시점에 구제역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축산농가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구제역 발생은 축산농가와 지역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살처분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축산물 가격 하락, 소비 위축 등 간접적인 피해도 우려됩니다. 특히 전남은 한우 사육두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지역 중 하나로, 구제역 확산은 지역 축산업에 큰 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남의 한우 사육두수는 약 47만 마리로 전국 3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번 구제역 발생으로 인해 전남 한우의 브랜드 가치가 하락하고,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질 경우 지역 축산업계는 장기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청정지역 유지를 위한 과제와 전망
전남은 그동안 구제역 청정지역으로 불리며 축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해왔습니다. 이번 구제역 발생은 청정지역의 지위를 위협하는 중대한 사건입니다. 청정지역 지위를 회복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속하고 철저한 방역 조치가 필요합니다.
세계동물보건기구(WOAH)의 기준에 따르면, 백신을 접종하는 국가가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마지막 발생 후 최소 6개월이 경과해야 합니다. 따라서 전남이 구제역 청정지역 지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최소 6개월 동안 추가 발생이 없어야 하며, 이를 위한 철저한 방역 관리가 중요합니다.
농가와 시민들의 역할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해서는 축산농가와 시민들의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축산농가는 농장 출입 시 철저한 소독, 외부인 출입 통제, 의심 증상 발견 시 즉시 신고 등 기본적인 방역 수칙을 준수해야 합니다. 또한 백신 접종 시기를 준수하고, 정기적인 항체 검사를 통해 면역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민들은 축산농가 방문을 자제하고, 불가피하게 방문할 경우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합니다. 또한 해외여행 시 축산물을 불법으로 반입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구제역은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사람에게는 감염되지 않지만, 사람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남의 구제역 발생은 청정지역의 위기이자 전국적인 방역의 시험대입니다. 정부와 지자체, 축산농가, 시민들이 함께 협력하여 구제역 확산을 막고, 청정지역의 지위를 회복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신속하고 철저한 방역 조치와 함께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축산업 구조 개선도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